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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앙

서울 기독교 유적지(1)

중구 정동·종로 일대 밀집… 하루코스로 둘러볼만

14일 오전 찾은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은 70년에 걸쳐 완공한 건축물로 영국의 작은 성이나 수도원을 연상시켰다. 현대식 고층 건물이 즐비한 도심 한복판에 세워진 고풍스러운 서양식 건물은 바로 옆 덕수궁의 전통적 공간과 대비되면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이 건물은 현재 서울시 지방유형문화재 78호로 지정돼 있다.

대한성공회는 1890년 초대 코르프 주교가 영국 공사관 옆 초가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서울대성당의 모체인 ‘장림성당’을 설립했다. 1911년 부임한 3대 주교 트롤로프가 성당 건축을 계획했고, 1926년 건축을 시작해 1996년 현재의 모습으로 완공됐다.

서울대성당에서 나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400여m를 걷다보면 붉은색 벽돌과 화려하게 장식된 흰 창틀을 가진 정동제일교회를 만나게 된다. 한국 최초의 감리교회인 정동제일교회는 1885년 아펜젤러(한국명 아편설라) 선교사에 의해 설립됐다. 사적 256호로 지정돼 있는 ‘벧엘예배당’은 1897년 12월 봉헌된 예배당이며, 뒤편의 현대식 건물은 ‘100주년 기념예배당’이다. 교회 부지 안에는 한국감리교 선교 약사가 새겨져 있는 선교 기념비와 아펜젤러 선교사의 흉상이 있다.

정동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양쪽에 이화학당터와 배재학당터가 있다. 교회에서 나와 정동길을 따라 200여m 올라가면 감리교 최초의 여선교사 스크랜턴(한국명 시란돈)이 세운 이화학당의 후신인 이화여고의 정문을 만날 수 있다. 정동제일교회 남쪽으로 난 좁은 도로로 내려오면 아펜젤러 선교사가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근대교육기관 배재학당터가 나온다. 이곳에는 1914년 건립된 배재학당 ‘동관(東館)’에 들어선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 북촌에는 양반들을 전도하기 위해 설립된 안동교회가 있다. 안동교회는 1909년 김창제의 집에서 창립예배를 드리며 시작됐다. 고즈넉한 한옥가에 세워진 안동교회는 1912년 붉은 벽돌로 2층 예배당을 지었지만 1979년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서울에 최초로 들어온 선교사는 미국 북감리회 선교사였던 매클레이(한국명 맥리가)였다. 그는 1884년 6월 부인과 함께 서울을 방문해 고종으로부터 학교와 병원 사업에 대한 허가를 얻고 선교 부지를 마련해 한국 선교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 알렌(한국명 안련)은 1884년 9월 서울에 도착해 한국 최초의 정착 선교사가 됐다. 이듬해엔 북장로회의 언더우드(한국명 원두우) 선교사가 서울에 들어와 알렌이 설립한 제중원 교사로 활동했다. 이후 북감리회 아펜젤러 선교사, 스크랜턴 선교사 부부 등이 차례로 들어와 북감리회와 북장로회는 나란히 서울 정동에 거점을 마련하고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이처럼 한국 선교 초기 각 교단 선교사들은 수도 서울을 선교활동의 출발지로 삼았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각 교단의 주요 선교유적지들을 한번에 돌아볼 수 있다. 대부분 유적이 중구 정동과 종로 일대에 모여 있어 부지런히 움직이면 하루 안에 꽤 많은 유적지를 방문할 수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들 5곳 외에 옛 구세군사관학교와 승동교회, 배화여학교, 연세대,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역 등을 서울의 주요 선교 역사 유적지로 소개했다(표 참조).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