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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앙

서울 기독교 유적지 (2)

도보·대중교통 등으로 이동하며 초기 한국교회 역사 배워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만으로 만날 수 있는 도심의 기독교 유적지가 곳곳에 있다. 적은 비용으로 도보여행을 즐기며 한국의 기독교 역사를 배울 수 있다. 부모·자녀가 함께 1~2일 정도의 일정으로 부담없이 기독교 유적 순례에 나선다면 멋진 추억으로 남을 듯 하다.

성결교회 발상지 염곡(무교동)
서울에는 아쉽게도 성결교회의 유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서울시청 뒤 무교동 12번지에 성결교회 모교회인 중앙교회(염곡 복음전도관)의 희년기념관 건물이 옛 형태 그대로 남아있다.

이 건물은 중앙교회와 전국교회의 헌금, 동양선교회의 지원 하에 1958년 12월 완공되어 중앙교회 예배당과 총회본부 건물로 사용되다가 1979년 중앙교회가 현재의 종로6가(동대문)로 이전하면서 현재는 일반 상가로 사용되고 있다. 비록 상업적 목적의 건물로 바뀌었지만 성결교회 발상지의 옛 자취를 확인하는 감격을 누릴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 신천로 331번지(아현동)에는 옛 서울신대 교사가 있던 아현교회가 위치해있다. 이곳에는 1921년 옛 서울신대 교사인 경성성서학원 5층 쌍둥이 건물과 선교사 사택이 자리했던 곳이다.

옛 서울신대 교사는 1974년 서울신대가 부천으로 이전 한 후 매각돼 명지병원 등으로 사용되다가 아현교회가 매입, 2010년까지 보존되었으나 안전문제와 아현교회 예배당 신축 등으로 지난 2010년 11월 5일 아쉽게 철거됐다.

초기 선교역사의 발자취 ‘정동’
서울의 정동은 한국 기독교 초기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장로교와 감리교의 선교본부가 정동에 있었고 최초의 교회들이 정동에서 문을 열었다. 교회뿐 아니라 최초의 신식학교와 병원이 세워진 곳 역시 정동이다.

1·2호선 시청역에서 하차하여 이화여고 방면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130여년 역사의 ‘정동제일교회(서울시 중구 정동 34번지)’가 나온다. 1885년 4월 복음을 들고 이 땅에 들어온 아펜젤러 선교사는 정동에서 4명의 한국인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1897년 완공된 벧엘예배당은 예배뿐 아니라 교계 집회와 회의장소, 학교 졸업식, 정치 집회 장소 등으로 사용됐다. 1977년 사적 제256호로 지정되어 ‘문화재예배당’으로도 불린다.

정동제일교회 인근 정동 1-23번지에는 1928년 완공된 ‘구세군사관학교’ 건물이 있다. 서울시 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2003년 구세군역사박물관으로 개관하여 한국 구세군 선교의 역사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

정동 3번지엔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이 위치해있다. 이 건물은 마치 외국의 고전적인 성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창문과 지붕을 보면 한국 전통가옥의 모습을 담았다.

화강암과 붉은 벽돌로 지어 지붕에 기와를 얹고 격자무늬 창을 한 대한성공회 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에 한국전통양식을 접목시킨 건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 35호로 지정된 곳이다.

장로교회의 시작과 현재 ‘종로’
종로 새문안로 79에는 1887년 언더우드 선교사와 한국인에 의해 세워진 장로교 최초의 교회인 새문안교회가 있다. 현재 2017년 완공 예정인 새 예배당 건축이 진행되어 당분간 답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 인사동길 7-1번지(인사동)에는 1893년 설립된 승동교회가 있다. 현재의 예배당 건물은 1913년 2월 봉헌된 것으로 1957년 증개축을 거쳐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2001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130호로 지정됐다. 이 교회에서 대한여자기독교청년연합회(YWCA)가 창립되어 여성들의 사회활동과 봉사에 일익을 담당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종로 5가(연지동)에는 숨겨진 기독교 유적이 즐비하다. 70~80년대 민주화의 상징 기독교회관이 있으며 한국교회연합 사무실 등 여러 기독교기관이 모인 기독교연합회관은 미국 북장로회 소속 선교사들의 주거지였다.

1894년 연지동 136-12번지에 설립된 연동교회(연못골 예배당), 북장로회 여선교부에서 1895년 연동교회 옆 한옥 3채를 구입해 교실과 기숙사로 개조해 사용한 연동여학교 건물(세브란스관) 등이 있다.

현 예장통합 총회본부가 위치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부지에는 북장로회 소속 선교사 사택이 남아있으며 현재 한국장로교출판사가 사용 중이다.

종로 필운대로 1길(내자동)에 위치한 배화학당은 1898년 10월 기독교 전파와 여성교육을 목적으로 미국 남감리회 여선교부의 캠벨 선교사가 한성 인달방 고간동에 교사를 마련하고 캐롤라이나학당으로 설립한 곳이다.

현재는 배화여자중학교와 배화여자고등학교로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는 1914년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현 과학관)과 캠벨 선교사를 비롯한 남감리회 소속 독신 여선교사들이 거처하던 사택(현 동창회관), 1925년에 지은 캠벨 기념관(현 고등학교 본관)도 온전히 남아 있다.

신촌 등 마포지역 선교지
서대문구 연세로 50번지(신촌)의 연세대학교 안에는 아펜젤러관과 언더우드관 등 기독교 유적이 남아있다. 아펜젤러는 우리나라에 온 최초의 미국 북감리교 선교사로서 배재학당을 설립하는 등 교육과 선교사업에 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1924년에 준공된 아펜젤러관은 석조 3층 건물로 문화재 사적 277호로 지정되어 있다. 언더우드관은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의 설립자이자 초대 교장인 언더우드를 기념하기 위하여 그의 형제인 존 언더우드의 기부금으로 1925년 지어졌다. 문과대학에서 사용하여 오다가 1982년부터 대학본부 건물로 사용하고 있으며, 문화재 사적 276호로 지정되어 있다.

마포구 양화진길 46번지(합정동)에는 양화진외국인선교사 묘원이 있다. 조선 시대 양화진 나루터를 수비하던 양화진영이 있던 곳으로 1860년에 외국인 묘지로 조성되었다. 이곳에는 조선 말 고종 때부터 한국을 위해 공헌한 언론계, 교육계, 종교계 외국인 인사들 500여 명이 묻혀 있다.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현대기독교연구소장)는 “서울에 많은 기독교 유적과 유물이 숨겨져 있는데 기독교 역사뿐 아니라 우리나라 근대적 유산으로서의 가치 또한 높다”며 “순례를 떠나기 전 미리 우리나라 선교 역사를 공부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남원준 기자 ccmju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