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경 (사사기 14:1 ~ 9)
삼손이 딤나에 내려가서 거기서 블레셋 사람의 딸들 중에서 한 여자를 보고 (1) 올라와서 자기 부모에게 말하여 이르되 내가 딤나에서 블레셋 사람의 딸들 중에서 한 여자를 보았사오니 이제 그를 맞이하여 내 아내로 삼게 하소서 하매 (2) 그의 부모가 그에게 이르되 네 형제들의 딸들 중에나 내 백성 중에 어찌 여자가 없어서 네가 할례 받지 아니한 블레셋 사람에게 가서 아내를 맞으려 하느냐 하니 삼손이 그의 아버지에게 이르되 내가 그 여자를 좋아하오니 나를 위하여 그 여자를 데려오소서 하니라 (3) 그 때에 블레셋 사람이 이스라엘을 다스린 까닭에 삼손이 틈을 타서 블레셋 사람을 치려 함이었으나 그의 부모는 이 일이 여호와께로부터 나온 것인 줄은 알지 못하였더라 (4) 삼손이 그의 부모와 함께 딤나에 내려가 딤나의 포도원에 이른즉 젊은 사자가 그를 보고 소리 지르는지라 (5) 여호와의 영이 삼손에게 강하게 임하니 그가 손에 아무것도 없이 그 사자를 염소 새끼를 찢는 것 같이 찢었으나 그는 자기가 행한 일을 부모에게 알리지 아니하였더라 (6) 그가 내려가서 그 여자와 말하니 그 여자가 삼손의 눈에 들었더라 (7) 얼마 후에 삼손이 그 여자를 맞이하려고 다시 가다가 돌이켜 그 사자의 주검을 본즉 사자의 몸에 벌떼와 꿀이 있는지라 (8) 손으로 그 꿀을 떠서 걸어가며 먹고 그의 부모에게 이르러 그들에게 그것을 드려서 먹게 하였으나 그 꿀을 사자의 몸에서 떠왔다고는 알리지 아니하였더라 (9)
2. 묵상 (박윤선박사 주석)
삿 14:1-4
삼손이 딤나에 내려가서 거기서 블레셋 딸 중 한 여자를 보고 - (1절) "딤나"는 삼손의 고향인 소라(예루살렘에서 14마일 동쪽에 있음)에서 4마일 서남쪽에 있다. 소라는 지중해에서 해발 354미터나 되는 고원(高原) 지대이고, "딤나"는 해발 242미터 되는 곳에 자리해 있다. 그러니 만큼 소라에서 딤나로 가는 길은 내려가는 길이다. 부레(Karl Budde)의 해석에 의하면 여기 "여자"란 말의 히브리어가 보통으로 처녀를 가리킬 때엔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므로 그녀는 과부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이혼 당한 여인이거나, 혹은 처녀일지라도 업신여김이 된 뜻에서 이 말로 표현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버네이(C.F. Burney)는 이 세째 해석을 택한다(The Book of judges, 1970, p. 356).
나를 위하여 그를 데려오소서 - (3절 끝) 여기 "그를"이란 말은 강세형인데 "그를 꼭 그를"이라고 하는 역설체(力說體)이다. 삼손은 그 여자를 취하려 함에 있어서 그 부모의 반대 의사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삼손의 부모가 반대한 이유는, 이스라엘 사람으로서 이방 여자를 취함은 하나님의 율법에 금지되었기 때문에 그리하였을 것이다. 출 34:16; 신 7:3-4 참조. 그러나 삼손이 이렇게 이방 여자를 취하고자 한 것은 "여호와께로서 나온 것"이라고 하였다(4절 끝).
여기 이른 바
"이 일이 여호와께로서 나온 것" - 이라고 함은 무슨 뜻인가? 하나님 여호와께서 어떤 때에는 율법의 말씀도 무시해 가면서 필요한 일을 성립시킨다는 뜻인가? 그렇지 않다.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이 해설되어야 한다. 곧, 이스라엘 사람인 삼손이 이방 여자를 취하는 것은 하나님의 율법을 위반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끝까지 그 여자를 취하겠다고 고집한 것은 그의 잘못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의 잘못이나 실수 때문에 그의 거룩하신 뜻을 이루지 못하시는 법은 없으시다. 그는 도리어 인간의 잘못을 계기(契機)로 하여 그의 거룩하신 뜻을 이루시는 경륜도 있다. 모세 때 애굽 왕 바로가 끝까지 이스라엘을 놓아 보내지 않으므로 하나님은 그 기회에 열 가지 재앙을 애굽 사람에게 내리시고 마침내 이스라엘을 해방시켜 주셨으며, 또 이스라엘로 하여금 홍해를 육지 같이 건너게 하시고 그들을 추격해 온 애굽 군대를 홍해에 수장(水葬)시키심으로 하나님의 권능을 더욱 나타내셨다(출 7-14장). 이런 의미에서 바로의 강퍅함은 하나님의 섭리로 된 것이었다고 한다(출 7:3-4; 롬 9:17). 수 11:20; 삼상 2:25; 대하 10:15, 22:7, 25:20 참조. 삼손이 블레셋 여자를 취한 사건도 이런 의미에서 "여호와께로서 나온 것"이다. 나실인 삼손이 블레셋 여자를 취하는 것은 나실인의 법도 범함이다 (13:5). 그런데도 하나님은 그를 당장 버리지 않으시고 긍휼로 참으시며 그를 사용하셨다.
삿 14:5-9
삼손이 여호와의 신에게 크게 감동되어 손에 아무것도 없어도 그 사자를 염소 새끼를 찢음 같이 찢었으나 - (6절 상반) 삼손이 나실인으로서 합당치 않은 목적을 이루고자 하며 그의 부모와 함께 딤나로 내려갔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를 당장 만나지 않으시고 성령의 능력을 입혀 주셨다. 그가 포도원에서 사자를 만나 찢어 죽였고, 후에 다시 그곳을 지나다가 사자의 사체(死體) 속에서 벌 떼와 꿀을 발견하였다. 사자의 사체를 독수리 같은 새들이 다 뜯어 먹고 그 남은 부분은 바짝 말라 구멍이 생겼으므로 벌 떼가 거기 와서 벌집을 짓고 꿀을 저축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헤로도터스(Herodotus)는 오네실루스(Onesilus)란 사람의 두골에 대하여 말하기를, "그 두골이 비어 있는 때에 벌 떼가 와서 그 속에 벌집을 지었더라."고 하였다(Hist.V.114). 우리는 삼손이 사자를 죽인 사실에서 중요한 영적(靈的) 교훈을 발견하게 된다. 곧, 그가 블레셋 족속을 쳐서 이기기 전에 먼저 사자를 찢어 죽이는 예비 훈련이 그에게 있었다. 다윗도 골리앗과 전쟁하기 전에 물맷돌로 사자와 곰을 쳐 죽이는 예비 훈련을 가졌었다(삼상17:34-37). 큰 일을 할 인물들은 먼저 하나님의 인도로 말미암아 능력 받는 훈련을 쌓게 된다.